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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중 남편에게 정말 중요한 것] super dad_임신한 아내를 위해 남편은 더욱 더 건강해야 한다.
    임신과 돌봄 2020. 10. 19.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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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바퀴가 고장 난 마트의 카트와 같았다. 제대로 돌지 못하는 바퀴로도 쇳소리를 내며 직진해야 했다. 아내는 가진통인지 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무서운 통증을 불규칙적으로 만나고 있고, 지금까지의 불편함 들은 쌓이는 주차에 정확하게 비례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어젯밤 나는 출근하면서 당근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아내는 당근을 미리 깎아놓기 시작했는데 싱크대와 아내의 몸의 거리가 한 보폭은 되어 보였다. 만삭 아내의 어정쩡한 자세는 새벽 당근이라는 말을 꺼낸 스스로를 꾸짖게 만들었다. 직접 해 먹을 것이지.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재능교육의 로고송이 생각난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남의편아!!!

     


     

     남편은 40주 내내 임신한 아내의 불편함과 힘듦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내의 불편함은 내가 보고 듣는 것보다 훨씬 이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 임신기간 동안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 전에 '돌봄의 순환과 연속성'에 대해 쓴 글처럼, '엄마의 돌봄이 필요한 태아'를 위해 애쓰는 아내는, 남편의 돌봄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은 늘 아내를 잘 돌 볼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쥐어짜도 체력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때가 있다. 바로 최근이었다. 내 손을 어깨 높이 위로 올리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이 내 모든 육체를 섭렵했다. 고장 난 몸과 정신은 그 하루를 기억해낼 동력조차 얻지 못했다. 오히려 무거운 몸으로 나를 챙기는 아내의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들만한데도 그저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으니 온전히 돌봄 받고 싶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안다. 이전 같았으면 허용되는 어리광이지만 이제는 당분간 누릴 생각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그 생각은 출산에 가까울수록 더욱더 확고해진다. 뱃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어른들의 말처럼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더 분주해질 것이고, 그렇지 않기를 소원하지만 우리 중 육아로 인해 더 고되게 될 사람은 아내가 될 것이다. 남편이 그런 아내의 쉼터가 되어주고 쉼표가 되어줘야 하기 때문에 남편은 지금도 앞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나를 의지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아내에겐 안도의 숨을 내뱉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아내가 아기와 남편을 돌보느라 번아웃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남편은 건강해야 한다. 건강은 어디선가 순간 주어지는 게 아니다. 내 에너지가 한계치에 닿지 않도록 매일 관리해야 한다. 잘 안 챙겨 먹던 영양제도 챙겨 먹고, 잠도 푹 자고 음식도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늘려가고 정신도 수양하여 넘치는 긍정으로 아내와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하루도 안 아플 수는 없지만 아플 거면 별로 티 안 나게 하루만 잠깐, 조금 아프자. 

     이제 바퀴에 얽힌 실타래를 끊어 풀어내고 아내의 짐을 몽땅 옮겨 담아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전진하자. 완벽히 해결된 봄이 기다리고 있다. 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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