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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삭 사진 촬영(임신 29주)과 신생아, 백일, 돌사진 계약 후기_용인베이비파스텔본점
    임신과 돌봄 2020. 9. 2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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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

     사전적 의미로는 '아이를 낳을 달이 다 참', 또는 '아이 낳을 달이 다 차서 배가 몹시 부름'이다. '몹시 기쁘다', '몹시 재밌다'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는 대신 '몹시 괴롭다', '몹시 힘들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몹시'는 대개 부정적인 내용 앞에 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아직 만삭은 아니지만 만삭이 다가올수록 아내는 몹시 불편해지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배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빈뇨 현상이 있으며 잔뇨감도 있다.  그 와중에 아직 역아로 있는 예쁨이는 신나게 발로 엄마의 방광을 묵직하게 찬다. 아내는 잦은 화장실행으로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큰 배 가운데에는 반듯하지 않은 임신선이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보기엔 이미 만삭 같지만 진짜 만삭은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하는데 정말 가늠이 안 간다. 남은 10주 동안 어떻게 훨씬 더 커질 수 있을까? 

     

    만삭촬영

     이렇게 배가 커지면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만삭 촬영이다. 만삭촬영은 만삭에 해야 맞겠지만 배가 가장 예쁜 시기라는 임신28주에서 32주 사이에 찍는 게 좋다고 한다. 하지만 32주가 넘어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진짜 만삭에 촬영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누가 봐도 임산부라고 생각할 수 있을 즈음, 시간이 될 때 찍으면 될 것이다. 

     꽤 좋다는 조리원을 예약할 때 만삭촬영 스튜디오 이용권을 받았다. 엄청난 특혜 같았는데 실로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렇게 열심히 예쁘고 멋지게 사진을 찍고 나면 달랑 사진 세장을 보내 준다는 것이었다. 모든 사진을 받고 싶다면 원본 구매비용 20만원이 추가로 든다는 것. 그래 뭐 다 장삿속이지. 우린 예약을 하면서 원본사진이 정말 마음에 쏙 들면 구매하고 그게 아니라면 말자 다짐하면서도 이미 20만원을 쓰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땐 20만원만 쓸 줄 알았다....

     

     촬영 당일이 되었다. 이른 촬영이었기 때문에 분주한 몸과 마음으로 스튜디오로 출발했다.(용인 베이비 파스텔 본점) 자주 다니던 대로변에서 길이 더 있을까 싶은 엉뚱한 샛길로 빠지면 스튜디오치곤 큰 건물이 나온다. 그렇게 큰 건물이 대로변에서 봤을 땐 그다지 존재감이 없다. 덕분에 한 바퀴를 빙 돌아 10분을 더 소비했다. 제대로 도착해도 빠듯한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촬영 직전인데 얼굴에 그늘 한 점 추가됐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만삭 촬영을 찍으려 온 손님들, 그리고 돌 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들이 꽤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아내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시작했고 나는 아내와 아기에게 쓰는 손편지를 작성한 후 스마트폰질을 시작했다. 나는 집에서 간단히 스킨로션과 왁스로 메이크업을 완성하고 왔다. 이번 촬영의 주인공은 아내이다. 남편도 비용을 내면 할 수 있지만 보통 집에서 적당히 만지고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아내의 손길이 더 믿음직스럽다.

     아내의 메이크업이 끝나고 곧 우리가 정한 촬영테마에 맞는 의상을 고르고 환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도 나는 특별히 할 게 없다. 집에서 준비해 온 의상을 입으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혹시 몰라 캐주얼, 세미정장, 정장, 이렇게 세 벌의 옷을 준비해왔다. 그런데 다 필요 없었다. 테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편은 한 벌로 끝. 역시나 이 촬영의 주인공은 아내요 나는 주연을 빛내줄 '나무1'정도 배역의 조연 혹은 배경이다. 

     

     드디어 촬영에 돌입했다. 어려울 건 없었다. 사진작가님이 시키는대로 고전적인 포즈들을 취하면 되는 것이었다. 마치 사진 공장에 온 듯 촬영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장이라 표현한 이유는 지금 돌아봐도 뭔가 기계적인 풍경으로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곧 돈인 이들은 뭐든 빠르게 찍어내서 많은 물량을 생산하여 팔아넘겨야만 하는 사명을 가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느꼈을 뿐, 그들은 나름 인간미 있는 공장을 운영하려 애쓰고 있었을 것이다.

    만삭촬영

     

     우린 베이비 샤워 때 찍으며 익혔던 포즈들을 가미해 그들의 의도와 예상보다 더 멋진 만삭촬영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오로지 내 생각) 첫번째 테마를 마치고 다음 테마의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촬영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어느새 촬영이 종료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자율 포즈로 몇 개 더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아내는 나를 몹시 부끄러워했다. 작가님과 스탭분은 당연히 된다며, 웃으며 다시 셔터질을 해주셨지만 이런 진상은 또 처음 본다는 눈동자를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자율 포즈로 이런 대작을 남겼으니.

    만삭촬영

     

     아마 작가님은 이 포즈를 다른 모델들에게 시킬 것 같다. 워낙 창조적이니까.(이것도 오로지 내 생각)

     사진 컷수의 비율은 아내가 오십 컷을 찍었다면 남편은 서른 컷 정도? 대략 절반 정도의 컷을 찍게 된다. 남편은 독사진이 없고 아내는 독사진이 많다. 사실 편했다. 촬영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게 즐거웠고, 여유로웠다. 마치 시험을 먼저 마친이가 아직도 시험 보고 있는 이를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촬영이 마쳤고 아내는 처음 입고 왔던 편한 복장으로 다시 환복하고 아내의 표정도 한 결 편해졌다. 아내의 배가 아직 만삭이라고 표현하기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를 도드라지게 하는 조이는 옷을 입었었다. 그 몇 십분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싶다. 고생했어 내새끼ㅜㅜ

     

    원본 구매와 이후 촬영 계약

     이제 모니터실로 향했다. 실장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은 분이 오늘 찍은 사진으로 간단한 영상을 만드는 동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영업 시작인건가. 얼마나 우릴 현혹시키려고 영상까지..

     곧 실장(실장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실장이라고 표현하겠다)님이 오셨고 버벅거리는 영상을 틀어줬다. 사진은 매우 고퀄이었다. 좋은 스튜디오에서 좋은 작가님이 좋은 카메라로 좋은 모델들을 찍었으니 사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이후 간단히 보정한 다른 사진들도 보여주시기 시작했다. 우린 이미 샀다.

     

     그런데 너무나 아리따운 아내에 비해 내 사진이 계속 아쉽다. 그리고 그 이유를 금세 알아차렸다. 아내는 약간의 포토샵 작업이 들어갔지만 나는 날 것의 느낌을 한 껏 살린 극사실주의였던 것이다. "왜 남편은 포토샵 안 해줍니까?" 하는 말에 실장님은 동공이 흔들리며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아마 땀샘도 열렸겠다. 나의 질문을 적당히 웃어넘기고 이제 정말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셨다. 실장님의 최종 목표는 오늘 20만원에 원본을 구매하게 하는 게 아니었다. 오늘 원본 구매 비용 지출을 계약금 정도로 생각하고 신생아 사진과 백일사진, 돌사진까지 패키지로 계약을 하고 가라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엄청난 말솜씨를 뽐내며 우리의 혼을 슬며시 빼놓기 시작했다. 우리의 눈동자는 이미 실장님과 그 패키지를 신뢰하고 있었다. 순간 혹했다가 다시 정신을 흔들어 깨우고 이성을 찾았다. 

     "갑작스러워서 그러는데 나중에 결정해서 알려드려도 될까요?"

     이 상황에서 가장 지혜롭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바로 이 말이었다. 이 말을 던지자 실장님은 예상했다는 듯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이 조건의 계약을 다시 할 수 없으며 이런 기회가 또 오지 않는다며 결정을 서두르게 했다. 문 밖으로 나가면 마음이 바뀌어도 계약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 이러다가 다 백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내며 계약을 하게 되는거구나.' 아내와 눈으로 대화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물었다. 아내의 마음도 나와 같았다. 결혼 4년차니까 이제 대충 눈빛만 봐도 안다. 서로의 마음이 아직 무엇도 확실하지 않음을 인지하고 내가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지금 결정 못하겠으니 안하겠습니다라고.

    샤론미용실

     엄청난 강단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절할 때마다 새로운 혜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처음에 제안한 내용도 썩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거절의 반복은 혜택의 추가와 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졌다. 실장의 꾐에 빠져들지 않던 우리는 점점 좋은 패를 가지게 되었다. 우린 결국 신생아, 100일, 돌 사진의 원본과 앨범, 액자가 포함된 적당한 패키지를 선택했고 한 번 하면 절대 무를 수 없다던 계약을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를 마음도 없고 무를 일도 없을 것 같다. 

     

     그 자리를 떠나자 곧 휴대폰으로 영상에 있던 사진들이 도착했고, 집에 돌아와 웹하드에서 우리의 사진을 다운로드하였다. 사진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생각도 안 했던 패키지까지 계약을 한 것은 비용이 합리적이어서도 아니고 꾐에 넘어가서도 아니다. 확실히 셀프 촬영으로는 스튜디오 촬영의 퀄리티를 따라올 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나와 아내가 결과물에 만족하기 때문이었다.

    만삭촬영

     

      또한 내 자식에게 더 좋은 사진을 남겨주고 싶다. 앞으로 아내와 아기의 모든 일상의 모습을 아마추어 냄새 풀풀 나는 셀프 촬영으로 담을 것이니, 프로가 찍은 얼마 안 되는 사진은 더 특별하고 소장가치가 있을 것이다. 만삭촬영과 결과에 즐거워하는 아내를 보니 이것도 참 좋은 태교다 싶다. 촬영한 사진엔 기분 좋은 느낌이 담겨있다. 평생 이 사진엔 그 느낌이 담겨있을 것이다.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보며 이 임신기를 기억해야지. 볼 때마다 가정과 아기를 위해 헌신한 아내를 떠올려야지. 놀랍게도 한 번 피어나면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지.

     

    <블로그 후기 남기면 스튜디오에서 액자 서비스해준댔는데 그것은 좋은 말만 골라 골라 써야 해서 액자와 표현의 자유를 바꾸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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