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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7개월(27주차) 아내의 남편, 할 일이 줄었다. (임신7개월 증상과 남편의 임신)
    임신과 돌봄 2020. 9. 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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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7개월, 27주 3일, 남편의 할 일이 줄었다.

     

     친구 두 명과 부부동반 만남을 가끔 가지고 있다. 엄청난 단합심으로 아내들끼리 더 친해져 아주 미녀 삼총사가 되었다. 그러다가 아내가 제일 먼저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들은 자기일처럼 눈물을 머금으며 축복해주었다. 그 생명의 기운이 우리들 가운데 돌고 돌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친구 두 명의 가정에도 아이가 찾아왔다. 우리는 27주, 평택 성과 이씨네는 13주, 안산 오와 소씨네는 5주. 임신한 사람에게 샘을 내면 당사자도 금방 임신한다던 옛말이 있는데 믿지는 않지만 재미삼아 말하기를 서로를 샘냈나보다. 아내는 누구를 샘냈을까? 여하튼 줄줄이 바라고 기다리던 결과에 이르렀다. 임신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서로는 마치 자기일인냥 좋아하고 축복해주었다. 그 중에 우린 최고참이다. 고작 몇 주 선배이지만 우리의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시간들은 그들의 지금 시간이다. 덕분에 생생한 기억과 공부한 임신 지식을 통해 좋은 선생이 되고 있다. 온전히 우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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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들은 거의 일거수일투족을 서로 공유하는 것 같았다. 아내의 단톡방은 금단의 구역이다. 아마 각자의 남편이 도마위에서 맛있게 요리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내가 일상에서 즐겁게 수다하는 모습 자체가 어떠한 해소처럼 느껴지기에 그 단톡방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여하튼 이만큼 만남도 연락도 활발한 세 가정이기 때문에 서로의 삶에 어느 정도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나는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있는 임신부의 고생과 남편들의 수고를 자주 접하곤 한다. 사실 임신부의 고생과 남편들의 수고는 비교가 불가능 하지만 그래도 내가 본 그들의 수고를 몇 개 말하자면, 맛있는 김밥 하나를 사먹기 위해 시와 시를 넘나드는 모습, 그토록 먹고 싶다던 워너비 음식을 공수해왔는데 결국 한 술도 뜨지 못하는 아내를 보는 마음, 무의식적으로라도 냉장고를 절대 열면 안되는데 열어버려서 아내의 뚜껑까지 열린 상황, 퇴근 후 눕눕하는 아내를 위해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 호르몬의 변화로 예민해진 아내의 마음을 받아주고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정신 바짝 차리고 지혜롭게 빠져나오는 모습들이 그렇다. 다 내가 겪어온 일이기도 하다. 마음 같아선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그들에게 선생질을 하고 싶지만 안그래도 애쓰고 있는 그들이 꼴뵈기 싫어할 게 뻔하기 때문에 온 힘 다해 목젖을 누른다. 그래도 내 브런치 한 번씩 읽어보라고 해볼까 싶다가도 다시 한 번 참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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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 하니 지금 나는 너무 편하다. 출산한 친구는 지금의 내 시기가 가장 잘 쉴 수 있는 시기라며 쉴 수 있을 때 쉬라는 꼰대같은 말을 하는데 그게 사실인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임신 7개월, 주차로 세자면 27주차, 임신 중기 후반을 달리고 있는 아내는 이제 모든 일을 곧 잘 혼자 소화하기 시작한지가 꽤 되었다. 무거운 몸으로, 몸이 가벼웠을 때 했던 일들을 거의다 할 수는 있다. 서글프게도 즐겁게 여기던 것들은 지금도 해서는 안되고 해야만 해서 하던 일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다. 뛰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멀리 여행도 가고, 물놀이도 하고 액티브한 체험도 하고 싶을텐데 그것은 모두 안된다. 시국상, 건강상 할 수 없는게 너무 너무 많다. 하지만 설거지도, 청소도, 빨래도, 음식도, 그 외 많은 귀찮은 일들은 버겁지만 해낼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할 수 없는 것과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뒤바뀐다면 오히려 좋으련만.

     

     임신 가정 친구들은 아내를 위해 하루에도 몇 가지의 미션을 수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일감을 잃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졌다. 아내는 더 이상 입덧도 하지 않고, 갑자기 특정 무언가가 먹고 싶다며 슬퍼하지도 않는다.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하지도 않으며, 키우던 강아지가 너무 보고싶다며 우울해하지도 않는다. 병원에 가는 주기가 길어져 병원에 함께 가는 횟수도 줄어들었고, 우렁찬 태동 덕에 불안한 마음도 많이 가셨다. 게다가 안정기라는 말이 주는 안정감으로 많은 가사일을 다시 도맡아하기 시작했으므로 내 일감이 줄어버렸다. 나는 임신과 관계없이 당연히 해야했던 임무, 곧 눈에 보이는 가사일들을 바로 바로 실행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나마 하는 육체 노동이라곤 밤마다 아내의 골반 스트레칭을 돕는 것과 부종이 생기지 않도록 해주는 간단 전신 마사지가 전부이다.(내 수고 덕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내는 부종으로 인한 불편함이나 골반통을 호소하지 않는다) 아참, 태교를 위해서 가끔 이것 저것 하는데 이것은 수고가 아니라 기쁨이요 즐거움이기 때문에 '일'이라 표현 할 수 없다.

     

     친구 두 놈의 지금을 생각하면 내 지금은 아주 안락하다. 좋게 말하면 아주 편안한 상태이고, 정확하게 말하면 폭풍전야일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다신 돌아오지 않을 고요속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휴가도 엄청 긴 탓에 내 인생에서 이런 시간이 다시 올까 싶을 정도로 몸이 아주 편안한 상태이다. 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만큼 여유롭다. 이 상태가 오히려 불안할 때도 있지만 어제 어느 책에서 본 글이 나에게 마음 편히 쉬어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것 같다.

     

    "부지런한 꿀벌도 제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만나면 날개를 접고 집 안에 있는다." 그래 난, 잠시 날개를 접고 다시 열심히 날개짓을 할 날을 위해 쉼을 갖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 - 김선경 엮음

     

     

    *임신 7개월(27주)의 아내

     

     -요즘의 아내는 다시 입덧이 시작되는 것처럼 특정 냄새에 민감해져서 긴장중이다. 끝난 입덧을 다시 하는 경우도 있다기에 더 그렇다. 밥 짓는 냄새를 전처럼 싫어하고, 오늘은 생선을 튀겼는데 비위상해하며 잘 먹지 못했다. 제발 재입덧이 아니길 비나이다 비나이다.

     

     -배는 정말 임산부답게 나왔다. 그 큰 배를 소유한 아내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마치 작은 강아지가 본견보다 큰 쿠션을 물고 여기저기 신나게 다니는 모습 같다. 하지만 배가 무거워 조금만 움직여도 힘들어하고 숨이 차다. 조금만 걸어도 배 뭉침이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면 빨리 귀가해서 옆으로 누워 뭉친 배를 풀어준다. 배가 커짐에 따라 피부도 팽창하고 있다. 튼살이 생기지 않도록 오일과 크림으로 지속적 관리를 하고 있다. 남편들은 아내의 배가 건조하지 않은지 매일 잘 확인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는 더 쑥쑥 배가 커질거라서 더 무겁고, 더 숨차고, 허리가 아프고, 피부가 당길것이다. 남은 2~3개월 조금만 더 애써야겠다. 

     

     -아기 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잠깐 쓸 것은 새 것 같은 중고, 또는 미사용이나 미개봉 물건들을 엄선하여 구매하고 있으며, 위생에 관련되거나 오래 쓸 물건들은 선배 맘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명성 있는 새 제품을 검색하여 구매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집은 이미 아기가 있는 집처럼 변하고 있다. 

     

     -수면시간이 줄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게 된다. 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된다.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싶으나 마음대로 되지 않나보다. 맘카페를 보면 같은 이유로 호소하는 글들이 있다. 그리고 공감하는 댓글들이 아래로 줄을 선다. 의학적으로 그럴 수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임산부들이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불면증엔 신경을 안정시키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대추차나 둥글레 차, 양파 달인 물 등을 준비해두었다가 잠 들기 1~2시간 전에 마시거나, 취침 전 따뜻한 물로 가볍게 목욕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소변을 자주 본다. 빈뇨 현상도 있다. 잔뇨감도 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소변 문제가 큰 비율을 차지 한다. 

     

     -영양제를 엄청 많이 먹고 있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영양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모두 임신 중기에 먹어야 할 필수 영양제이다. 아침 공복마다 철분과 유산균, 엽산을 복용하고, 점심 식사 후엔 오메가3를 복용한다. 저녁 식사 후엔 칼슘과 비타민D를 복용한다. 알 수로 따지면 8알 정도가 되는데 이는 복용하는 제품의 함량에 따라 약의 알 수가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출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예습을 하고 있다. 수유는 어떻게 해야 하며, 출산시에 챙겨야 할 준비물들은 무엇이며, 출산 휴가는 어떻게 몇일을 나눠 쓸 것이며 등등 미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내는 아직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고 한다. 난 벌써 미치도록 두렵다. 아내가 어떻게 저렇게 담대할 수 있는지, 침착하고 의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두려움과 부담을 혼자 감당하지 않고 나에게 만큼은 있는 힘껏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코로나를 극히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다. 아내는 나보다 더 그렇다. 그래서 내 부주의함을 지적하는 날수가 많다. 많은 임산부 가정이 그럴 것이다. 임산부는 코로나19의 고위험군에 속한다. 코로나가 너무너무 밉다. 제발 사라져 줄래?

     

     -아내는 가끔 나를 괴롭힌다. 임신 전이나 후나 변함없는 일관적인 모습이다. 절대 절대 귀찮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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