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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생아용품&육아용품 준비_귀인이 나타났다.
    임신과 돌봄 2020. 10. 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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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핫한 중고거래 어플 당X마켓에는 육아용품이 매우 많이 올라온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카테고리별 포화도를 따지자면 아마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 육아용품은 사용하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깨끗하게 쓰고 되파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기가 쑥쑥 크기 때문에 옷도 오래 못 입을뿐더러 개월수 별로 필요한 용품이 나뉘어 있다. 

    당근

     아기를 갖고 처음 생긴 아기용품은 지인이 물려준 것들이었다. 아내는 아기에게 생기는 첫 물건이 낡기 직전의 중고라는 것에 대한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의 없이 중고품을 들이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었는데 이제는 아내가 더욱더 발 벗고 새 것 같은 중고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새 상품도 다수 구매했다. 위생상 새 상품을 꼭 써야 할 것 같은 품목이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를 하다 보니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았다. 비용도 비용이고 직거래를 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체력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정말 많이 준비했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우리의 출산용품 리스트에서 지워지지 않는 물건들이 많았다. 

    .

     그러다가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서로 신뢰가 두터운 반가운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임신 소식을 듣고 축하 인사와 더불어 쌍둥이 자녀가 깨끗하게 사용했던 육아 용품을 주고 싶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물려받으면서 합리적으로 육아를 준비하는 것 같은데, 우린 가족 또는 주변에 이제 막 신생아 육아를 마친 이들이 없어서 내심 아쉬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귀인이 나타난 것이다. 기도가 응답된 것 같았다.

     

     쌍둥이들이 소중히 여기고, 지인도 애착이 갔던 육아 용품들이라 쓸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잘 모시고 있었다고 한다. 쌍둥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육아 용품들을 가리키며 "동생들 줘버린다!"라고 하면 지레 겁 먹고 말을 잘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끼던 용품들이었지만 우리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지방에 올 때 최대한 큰 차로 와달라고 한다.

      마침 지방에 갈 일이 생겨 미리 연락드리고 지인분의 집에 포도 한 상자와 아내가 만든 쌍둥이의 머리핀을 들고 갔다. 식사를 하고 있는 귀염귀욤 쌍둥이자매가 넌 누구냐 하는 표정으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챙겨야 할 육아용품 앞에 섰다. 포도를 든 내 손이 민망할 정도로 많은 육아 용품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 물건 외로도 나중에 한 번 더 주시겠다고 한다. 지금 당장 필요 없는 것들은 짐이 되실 테니 나중에 한 번 더 가지러 오라는 배려 깊은 말씀.. 집 좁은 건 어떻게 아셨는지.. 마치 관심법을 쓰시는 것 같았다. 

     

     일단 준비해주신 육아용품을 suv차량 2열을 접고 테트리스하기 시작했다. 보내는 물건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우리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던 거예요'하신다. 정말 아끼셨던 옷들과 물건들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조금이라도 대충 쌓는 것 같으면 그러면 안된다며 옷이 구겨지지 않게, 더러운 부위에 닿지 않게, 용품들이 눌리지 않게 다시 쌓기를 요청하셨다. 엄청 인자하신 분들인데 그 부분만큼은 단호했다. 거기에서 그분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아끼셨구나..

    육아용품

     엄청 많은 물건들이었다. 게다가 완전 뜯지도 않은 새 제품도 많았다. 마치 우릴 주기 위해 일부러 사놓은 것 같았다. 한두 번 사용한 물건들도 많았고 다회 사용했더라도 모든 게 새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은 전 날 밤 부부가 함께 용품을 정리하고 열심히 광택을 내었다고.. 센스 수업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섬김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고 계셨다. 늘 받기만 해 온 미안함을 슬며시 내비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꼭 식사 대접하겠다는 약속으로 인사를 마치고 시동을 걸었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행복해하시는 얼굴에서 예수님을 느꼈다. 반면 추억이 새겨진 소중한 것들을 떠나보내는 모습에서 말로 표현 못 할 무언가도 함께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끼긱끼긱 스프링 소리를 내는 뽀로로 장난감에 예쁨이를 태우는 상상을 하니 소음마저 감동적이었다.

     집에 돌아와 받아 온 물건을 다 펼쳐보았다.

    육아용품

     당장 사려고 했던 것들부터 조만간 사려고 했던 것들, 그리고 때되면 사기로 했던 것들이 갑자기 찾아왔다. 예쁨이가 벌써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받은 물건 하나하나를 정리하며 한 번 더 닦으려는데 묻어 나오는 게 없다. 정말 잘 사용하셨고, 또 깨끗이 청소해서 주신 것이다. 

     아내는 그냥 받아오기엔 너무 큰 것들이라며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어쩜 이렇게 아직 준비하지 않은 것들만 주셨는지 신기해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우리도 깨끗하게 잘 쓰고 누군가 또 필요한 사람이 보일 때 나눌 수 있도록 하자며 정리를 이어갔다.

     

     32주를 지나고 있는 지금, 이제 어느 정도 육아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할 때이다. 새것도 사고, 중고로도 사자. 그리고 받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함으로 받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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