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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13주 증상과 13주차 태아 (남편의 임신 일기)
    임신과 돌봄 2020. 5. 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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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13주 0일

     임신 13주 0일을 맞았다. 40주에 출산한다고 생각하니 이거 뭐 한 참 남았다. 그래도 이 기다림이 싫지만 않은 이유는 한주 한주 예쁨이는 아름답게 빚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그 성장을 머릿속에 그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임신 2기, 더 정확히 말해 임신 중기 초반을 지나고 있는 초보 임신 가정이지만 우리가 경험하여 알고 있는 임신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아내는 직장을 쉬게 되었다. 더 안전한 출산을 위하여, 더 건강한 임신기를 위하여 내린 우리의 선택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아내는 조심한다 하여도 무리하게 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 아내가 일을 쉬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하지만 아내는 예약된 경단녀에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일을 하며 활력을 얻었던 아내이기에 일을 쉬게 되는 것 자체가 희생이고 포기였을 것이다.

     

    #임신부의 변화

     신기하게 아내에게 일어나는 감정적, 신체적 변화도 마치 교과서를 옮겨 놓은 듯이 아주 보통의 임신 과정을 겪고 있다. 요즘 아내는 빈뇨 현상을 겪고 있다. 쉽게 말해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아마 자궁이 점점 커지면서 방광을 비롯한 장기들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나 보다. 지금도 잠깐 산책하려고 나왔는데 쉬가 자주 마려워서 집에 들어갈 거라고 메시지가 왔다. 양수 부족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서 물도 권장량만큼 먹으려 노력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다. 우리 아내 보통 불편한 게 아니겠다. 그리고 입덧은 끝난 줄 알았는데 "힝 속았지?"라며 놀리는 듯 아직 조금 남아있다. 가장 심했을 땐 특정 음식에 대해 냄새도 견디지 못할 정도였고, 조금 나아졌을 땐 냄새는 맡지만 먹진 못하였고, 지금은 '겨우'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그래서 다시 고기반찬을 식탁 위에 올리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아내가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음식을 찾는다. 바로 돈까스이다. 아내가 본인이 원해서 돈까스집에 간 것은 아마 살면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일텐데, 최근에 두 번이나 돈까스를 먹으러 갔다. 단백질이 풍부한 돼지고기가 이 시기에 좋다던데 아내의 몸이 단백질을 원했나보다.

     

     

    집 근처에 생긴 최고당 돈까스인데 아내와 함께 갈 일 없을줄 알았다.

     

     

     이제 슬슬 아내의 체중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할 때이다. 아직 아내에겐 먹덧 시기에 미세하게 늘어난 체중 말고는 큰 체중 변화가 없다. 보통의 경우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체중의 변화가 생긴다고 하니, 임신 교과서 수준의 아내는 곧 체중이 불어날 것이다. 다만 아랫배가 점점 단단해져오면서 점점 예쁨이의 미니멀 라이프 하우스에 대한 존재를 더 명확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데 쿠바드 증후군(남편에게 임신의 증상이 나타나는 증후군인데 자세히 포스트를 해놨으니 궁금하면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의 일종인지 내 배가 많이 불러있다. 체중도 점점 인생 최대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내가 나를 놀리는데 오히려 임신 어플에서는 "엄마의 체형 변화에 놀리지 말아 주세요 아빠"라며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있다. 우린 반대다. 그런데 정말 임신한 아내의 체형 변화를 가지고 놀리는 몰상식한 사람이 있을까? 요즘 비도 자주 오는데 비 오는 날 먼지 나게 맞느라 미세미세에 빨간색 최악 뜨게 만드려고?

     아내에게 찾아 온 또 하나의 변화는 체력이 매우 약해졌다. 임신으로 인해 격하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힘을 쓰지도 못한 기간이 좀 되다 보니 근력들이 약해졌나 보다. 약간의 가사에도 쉽게 지치고 힘들어한다. 한두 시간도 거뜬히 도보하던 아내는 이제 이삼십분만 걸어도 온 몸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제 가벼운 산책을 해도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대로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려는 아내의 모습에 또 한 번 예쁨이를 향한 모성애를 느낀다. 요즘 아내의 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예쁨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의지적으로 움직이는것도, 낮잠을 자는 게 아이에게 좋다니 피곤을 느낄 때 일부러라도 낮잠을 청한다던지(실제로 임신부는 잠이 많아진다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은 한정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들도 열심히 먹으려 노력하는 것도 모두 뱃속에 예쁨이를 위해서이다. 말은 하지 않지만 행동하고 말하는 하나하나를 천천히 들여다보니 예쁨이를 위한 퍼즐의 조각조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임신 어플에 보니 빠르면 14주부터 임신선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임신선과 튼살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임신선은 자궁이 커짐과 동시에 배의 살 또한 늘어나면서 그 안에 혈관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튼살과는 다른 위치에 일자로 생기며 임신 후에는 옅어지거나 없어진다고 하지만 관리를 잘해주지 못하면 그대로 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리미리 튼살크림을 가슴선까지 잘 발라주고 자주 마사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하니 계속해서 열심히 오일 마사지를 해야겠는데.. 요즘 아내가 내가 출근 한 시간에 씻고 스스로 바른다. 오늘은 억지로라도, 한 번 더 바르더라도 내가 마사지하며 튼살 크림과 오일을 발라야겠다.  

     

     

    #

     요즘 나는 이직으로 인해 출근시간이 상당히 빨라졌다. 그리고 퇴근시간은 전과 동일하다. 그러다보니 집에 오면 방전 수준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참 미안하다. 내가 아내를 케어해야 하는데 아내가 나를 돌본다.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이미 집안일은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모두 해놓고, 저녁을 준비하며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또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나를 위해 밤마다 열심히 재운다. 나는 스스로 자려면 오래 걸리고 아내가 재우면 금방 잔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퇴근하면 그때부터 바쁘다. 예쁨이도 지켜내고 나도 돌보고, 그리고 집안 일도 돌보고 있는 아내가 참 대단하다.

     새벽 시간에 출근하고 나면 아내와 예쁨이가 너무 보고싶다. 진짜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지경일 때도 있다. 아내에겐 메시지로라도 마음을 전하는데 예쁨이에겐 전할 길이 없다. 좀 오버인거 같지만, 태어날 아이에 대한 관심은 모두에게 이롭다고 하니 오버하면 오버할수록 이로운거 아니겠는가. 과유불급에도 예외가 있겠지. 여하튼 괜히 초음파 영상 한 번 보면 지금의 모습은 어떨까 생각이 들면서 더 궁금해지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잘 안 보게 된다. 보려면 너무 멀었기 때문에 최대한 무관심한척 이 시간을 보내야겠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시간은 더디 지나간다.

     2주에 한 번, 혹은 1주에 한 번 보던 초음파를 이제는 한 달 간격으로 본다. 12주 1차 기형아 검사가 끝나고 다음 예약을 잡을 때 16주차에 잡아주었기 때문에 한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 4주 중 이제 겨우 1주가 지났다. 벌써부터 예쁨이가 보고싶다. 전에 아내에게 예쁨이 빨리 보고 싶다니 큰 일 날 소리 말라고 했다. 빨리 보면 안되고 예정된 때에 봐야한다고. 그래서 그 말을 취소하고 딱 좋은 날에 보자며 속삭였다. 여하튼 태아의 모습이 그립다니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전에는 잘 있는지 불안했다면 지금은 얼마 전 봤던 예쁨이의 모습이 간혹 아른거려서 보고싶은거다. 아마 태어나면 예쁨이 보고 싶다고 퇴사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등짝 맞고 다시 출근하겠지만 말이다.

     

     

     

     

    #13주의 태아는?

     오늘의 예쁨이의 키는 7~8cm가 되었을 것이다. 이제 제법 크다. 복숭아 크기를 짐작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톱도 생겼다고 한다. 그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쥘 수 있으며(엄마 뱃속에 쥘 만한 게 없을 텐데.. 아 탯줄 잡고 논다고 했다 아내가!) 입이 발달하여 손가락을 쪽쪽 빠는 동작 또한 가능하다고 한다. 즉 반사신경이 발달한 것과 마찬가지다. 16주까지 언제 기다려. 시간을 달려서 병원을 갈 수만 있다면~~~~

     

     

    주수별 태아의 크기를 과일로 표현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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