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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14주 성별 확인과 태교, 초음파
    임신과 돌봄 2020. 6. 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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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은 처음이라

     계절마다 창조된 모든 것들이 새 옷을 입듯, 살에 닿는 온도가 때마다 달라지듯 우리의 임신기도 매일매일 새로운 시간들을 만나고 있다.  다만 저마다의 계절은 삼십여년동안 어김없이 반복되었기에 추워질때가 오면 따뜻한 옷을 꺼내고, 더워질때가 오면 가벼운 옷을 걸치고, 태풍이 오면 단도리를 하게 되는, '계절을 맞는 능숙함이' 생겼지만 이번 생에 임신은 처음이라 봄만 돼도 폭염같고 서늘한 가을 바람만 스쳐도 한겨울이 온 것 같다. 눈 앞에 또르르 흐르는 물줄기가 폭포수 같이 크고 유별나게 느껴지는 이유는 임신이 처음이고, 임신을 책으로 배웠기 때문인가보다.

     

     

    #임신 14주 병원 방문

     이런 이유로 14주에 병원을 찾았다. 12주 검사를 마치면 한 달 뒤인 16주에 다시 내원을 하게 되는데 잘 참다가 여러 증상들에 대한 궁금증으로 14주차에 병원을 예약하고 찾아가게 된 것이다. 이번엔 함께 동행하지 못했다. 병원에 함께 가지 못한 아쉬움은 아내만큼이나 나도 크다.

     아내가 병원에 도착한 후 나의 모든 정신은 휴대폰에 쏠려 있었다. 바쁜 업무 가운데에서도 아내의 연락이 오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두근거림은 더 성장해 있을 예쁨이에 대한 기대와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운전하며 병원을 가던 아내의 심정은 이보다 더 했겠지 생각이 든다. 이 긴장의 시간이 꽤 길어졌다. 담당 의사 선생님이 응급수술이 생겨서 예약시간보다 두 시간 가까이 진료가 딜레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는 이 시간이 스트레스였을것이다.ㅠ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오가는 일일테니 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마침내 진료를 마친 아내는 상기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참 많은 내용을 순식간에 전달하는 아내는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갔나의 속사포 래퍼 수준이다. 딕션이 좋아서 다 잘 알아 들었다. 결론적으로 예쁨이는 아주 건강하고 주차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다고. 그리고 아내의 몸 상태 또한 다 정상적인 임신의 반응들이었다고 한다. 그 반응들은 예쁨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의 증거들이었던 것이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감사가 쏟아진다.

     

    #임신 14주 성별!!

     우리는 이번에 병원에 가면 혹시 성별을 알 수 있을까 기대했다. 인터넷에 글들을 찾아보니 진짜 빠르면 13-14주에 성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태아의 자세가 좋은 경우도 있었다. 반면 20주가 다 되도록 확인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태아가 다리를 꼬고 있거나 초음파상으로 구별할 수 없는 자세로 있는 경우이다. 하지만 빠른 주차 검사에서 확인되었던 성별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초음파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은 16주 2차 기형아 검사를 받으러 내원할 때에 성별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각도법'이라는 방법으로 임신 초기부터 성별을 짐작하기도 하는데 이 방법이 확실하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한다. 5:5확률이니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겠다. 부모들의 때이른 궁금증 앞에서 뭐라도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 것에 만족할 정도로 여겨진다.

      아내가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거의 마칠때쯤 "혹시 성별은..." 하고 질문했다고 한다. 여전히 초음파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의사 선생님은 아직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초음파에 누가 봐도알 수 있는 완전한 무언가가 보였다. 나도 아내가 보내온 사진과 임신 어플의 초음파 영상에서 확인해봤는데 예쁨이의 자세는 "엄마 아빠 저 아들이에요"하며 자랑하고 있는 듯했다. 아래 초음파는 예쁨이의 엉덩이 쪽을 바라본 사진이다. 앉은자세가 너무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알아보기 힘들겠지만, 임신 14주 초음파 사진! 예쁨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스티커 처리했다.

     

     

     의사 선생님은 절대 아들이라고 하지 않았고 "보이시죠?" 정도로 힌트만 주셨다. 그리고 아내는 그 힌트를 받지 않아도 아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추후 성별 반전은 없을 것 같다. 명.확.하.다. 역시 우리 아들. 잘 될 잎은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던가. 훌륭하다.

     그런데 우리는 내심 예쁨이가 딸일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아내의 당황스러움 앞에 의사 쓰앵님은 "받아들이셔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아마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딸을 원하나 보다. 실제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은 성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딸이 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이던 딸이던 우리에게 찾아와 주었다는 자체만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아내는 이 일들을 내게 설명하며 "아들이야 아들!"을 외쳐댔다. 그 외침은 드디어 성별을 알게 된 기쁨과 딸이 아님에 대한 약간의 미련, 그리고 아이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들을 담아 표출이었다. 나 또한 그 마음이었다. 예쁨이는 이미 엄마 뱃속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 자녀인데, 성별을 알고 나니 또다시 새 생명을 만난 것처럼 임신에 대한 사실이 놀랍고 새롭고 신기하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와 비길 만큼 생명의 탄생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임신에 대해 익숙해질 만할 때에 다시 한번 이렇게 예쁨이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선물 같았다.

     

    #태교

     유독 늦게 퇴근하고 유독 피곤했던 그날 밤. 샤워 후 침대에 뻗어버렸다. 샤워하며 양치까지 마쳤다는 것은 더 이상 무얼 먹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정신을 붙들고 아내를 축복하고 예쁨이를 축복했다. 얼마 전 아내가 태교 영상에서 보여준 "00가 00이를 사랑해!"를 말하며 아이에게 말을건넸다. "엄마가 예쁨이를 사랑해, 아빠가 예쁨이를 사랑해, 예수님이 예쁨이를 사랑해, 또르가 예쁨이를 사랑해, 갑돌이도 예쁨이를 사랑해. 세상모든 것이 예쁨이를 사랑해. 축복해!" (또르와 갑돌이는 아내와 내가 결혼 전 본집에서 기르던 반려견의 이름이다)
     

     

    좌-또르, 우-갑돌

     

     

     아내도 틈 날 때마다 이 태교를 하고 있다. 옆에서 보면 정말 엄마의 모습이다. 그냥 그런 모습들이 뭔가 짠하게 다가온다. 아내도 아직 애 같은데…

     이제 예쁨이는 아내의 감정을 통해서만이 아닌 실제로 청각이 발달하여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태교의 시작인 것이다. 청각으로 들려진 소리가 뇌까지 전달되기까진 20주 정도가 지나야 한다고는 하지만 개인차가 모두 있을 것이다. 벌써 성별을 알려준 예쁨이는 아마 천재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 태교를 더 서두르고 싶다.

     성별을 알고 난 후의 작은 변화가 있다면, 예쁨이의 정체성이 오로지 '예쁨이'일 땐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아들임을 확인하고 예쁨이를 대하는 내 모습이 조금 와일드해짐을 느낀다.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지! 자제해야겠다. 여전히 가장 큰 사랑으로 탯속에서부터 사랑받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싶고, 이로 인해 정말 행복한 아이가 되길 기도한다. 사랑을 많이 받은 자가 사랑을 나눌 줄 안다. 사랑 많이 받고, 그 사랑 전할 수 있는 우리 아들 되길.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남편의 임신을 기억하며 어려움을 나눠 들 수 있는 아내의 믿음직스러운 배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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