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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차 기형아 검사와 16주 초음파
    임신과 돌봄 2020. 6. 2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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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16주

     임신 16주, 4개월이 넘어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시간이란게 노력과는 별개로 틀림 없이 흐르기 때문일까. 빨간 두 줄을 보며 감격했던 풍경이 엊그제 같은데 그 지난 날들을 세어보니 그 하루하루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과거라는게 새삼 소름이다. 이제 임신 가정으로 넉 달을 살았는데 그 넉 달 안에 몇 년이 담겨있는듯 하다. 때론 기뻤고, 때론 아찔했던 그림들을 생각하니 안구에 습기가 찬다. 좋은 잉크로 뽑아 낸 잘 인화된 사진처럼 아내와 나의 아름다운 컷들이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여 언제 꺼내어보아도 생생하길 기도한다.

     

     

     

     

     

    #2차 기형아 검사

     16주가 되면 2차 기형아 검사를 한다. 이 시기에 '기형아'라는 단어는 사실 입밖에도 내기 싫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다른 표현이 없는걸까? 나만 그런걸까? '기형아검사'라는 단어보다 '태아건강검사'정도의 좋은 표현이 있었으면 하지만 별 수 없이 늘 긍정의 마음으로 이 단어를 말한다. 12주 때 했던 1차 기형아 검사와 16주에 하는 2차 기형아 검사의 결과는, 2차 검사를 마치고 일주일 후 문자로 고지한다고 한다. 이제 진료시간이 임신 초기 때만큼 긴장되거나 불안하지 않다. 초음파 영상을 통해 예쁨이가 주수에 맞게 잘 성장하고 있는 것을 틈틈이 봐오기 때문이다. 16주라는 시간의 흐름 안에서 약함을 서서히 벗어내고, 처음 맞는 엄마 뱃속 세상에서의 부적응을 모조리 이겨낸 예쁨이다. 생명의 강인함은 성인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세차게 뛰는 예쁨이의 심장이 분명히 말해준다. 불안할 때 찾아보았던 글 중에 '태아를 믿으라'라는 말이 있었다.

     토요일이 되었다. 병원에 가는 날이다. 병원 가는 날은 늘 기다려진다. 그리고 그 어떤 날보다 눈이 잘 떠진다.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토요일로 예약을 잡았었다. 비록 토요일에 대기가 엄청 길~~~~지라도 병원은 함께 가야 한다. 16주 3일이 된 오늘은 2차 기형아 검사를 한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태아에 대한 여러가지 산전 검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기도 하더라. 검사해서 문제가 있으면 안 낳을 것도 아닌데 왜 돈을 들여 병원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이냐고. 그런데 웃긴게 그런 사람들도 임신중에 할 거 다 했다. 돌아보니 돈이 아까운 것인가. 건강히 출산하고 보니 하룻강아지 쫄보적 생각 못하고 그 새 간사해진 것일까.. 적어도 내 생각은 산전의 검사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예방하고, 또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엄마에겐 최고의 태교일 것이다. 아내를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만큼은.

     오늘도 역시 병원은 인산인해다. 배 아직 안 부른 초기 임산부와 배부른 중 후기 임산부들 속에 배부른 아저씨들의 모습도 보인다. 나를 포함하여.... [남편의 임신]을 쓰고 있기 때문에 나도 배가 불러야 모순이 덜하지.

     접수를 하고 진료실 앞에서 대기를 한다. 예약한 시간을 조금 넘겨서 아내의 이름이 불려져 믿음직한 의사선생님 앞에 조심스레 앉았다. 그리고 초음파실에 들어가 아내는 눕고 나는 앉았다. 이내 딱 봐도 차가울 초음파 젤이 뜨거운 아내 배 위에 떨어진다. 내 배도 아닌데 으, 시리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능숙하게  초음파로 배 위를 훑는다. 우리의 눈은 모니터에 집중하고 귀는 좋은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좋은 말 컴온. 초음파는 거침 없이 배 위를 종횡해 우리가 예쁨이의 모습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초음파는 아이의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뷰서비스처럼 느껴졌다면 오늘의 초음파는 아이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하기 위한 의사선생님 위주의 철저한 검사 목적처럼 보였다. 다음 환자들이 줄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도 한 몫 했을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에겐 대충은 없다.

     어느 정도 상태를 파악하신 후 조금씩 초음파의 속도를 늦춰가며 입을 떼신다. 염려가 많았던 양수의 양은 계속 적당한 수준으로 매우 좋다고 하신다. 물 먹기의 승리다. 이어 머리의 길이를 재며 뼈 모양을 확인시켜 주시고, 다리의 뼈와 길이도 체크하시면서 예쁨이가 주수에 맞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키와 몸무게도 알려주시며 다 좋다고 말씀하신다. 아내와 내 삶에서 가장 기쁨이 되고 안도가 되는 반가운 소리이다. 이제 예쁨이는 모든 장기들이 생겨나 발달하고 있고 갈비와 팔 다리 등에 뼈도 잘 생겨났다. 초음파를 보면 마치 엑스레이처럼 뼈가 하얗게 보인다. 이 작은 아이의 몸에 모든 게 있다.

     

     

    임신 16주 초음파 사진

     

     

     허벅지는 아빠를 닮아 벌써 튼튼해 보이고 하체가 발 끝까지 아름답게 쭉쭉 뻗은 것은 엄마를 닮았다. 점과 같은 모습으로 심장만 반짝이던 예쁨이가 어느새 이렇게 진짜 사람의 모습으로 컸다니.. 예쁨이가 진짜 사람이 맞지만 진짜 사람처럼 성장하는게 신기하기만 하다.

     보통 16주는 성별을 확인하는 주수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때를 특별히 더 기대한다. 하지만 효자 예쁨이는 14주에 훌륭한 '남아'라며 스스로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니 성별 반전 같은 건 없었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반전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우리 예쁨이 상남자다잉. 

     

     

    임신 16주 초음파 피고임

     

     

     그런데 초음파 끝 무렵에 의사선생님께서 잠깐 손놀림을 멈추시며 유심히 보신다. 이 순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의사 선생님은 마우스 포인터로 초음파 화면의 검정 부분을 가리키며 약간의 피고임이 보인다고 한다. 이제 16주면 안정기라 어느 정도 활동이나 운동, 또는 여행을 생각할수도 있는 시기이지만 3주 정도 더 안정을 취하며 피고임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신다. ㅠㅠㅠㅠ 이 피고임의 이유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피고임은 잘 흡수되어 없어진다고. 그러니 너무 염려 말라는 표정으로 우릴 안심시킨다.

     하지만 아내는 상심이 크다.  16주가 지나고 17주 차가되면 어느 정도 안정기라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그간 예쁨이를 가장 안전하기 지키기 위해 무리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던 아내였다. 지금까지 하고 싶은 사소한 일상의 일들조차 못하고,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해야 할 일들을 미뤄가며 이 날만을 기다린 아내는 3주 더 안정을 취해 보고 내원하라는 말에 몹시 속상했을 것이다. 혹시나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길까 싶은 두려움도 클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이 피고임은 당장 태아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도 좋은 선례로 이어진다는 대부분 중 한 가정이 되어 피고임이 잘 흡수되어 염려들을 떨쳐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잠시 10초라도 눈을 감고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주면 좋겠다. In the name of Jesus!

     

     

     

     

     진료를 마치고 3주 뒤 다음 예약 일정을 잡았다. 토요일은 대기시간이 길다는 직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또 토요일로 잡았다. 같이 오면 기다림의 시간도 잠시일 것이다. 이후 1차 기형아 검사 때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금액을 결제하고 검사를 위한 채혈을 했다. 그리고 쨍쨍한 햇살 아래로 빠져나오며 병원을 뒤로했다. 아내의 얼굴 어딘가에서 시무룩함이 묻어 나온다. "잘 흡수 될거야. 그간 예쁨이 돌보느라 너무 수고했어. 3주 후에 분명 괜찮아졌다는 말 들을거야!"라며 되지 않는 위로를 전한다.

     

     

    #임신 16주 임산부는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배를 만진다. (예쁨이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만져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고 서서히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전까진 배가 두꺼워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조금씩 볼록해지는 것을 느낀다. 튼살크림 더 열심히 발라야겠다. 임신 과정에 있어서 교과서와 같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아내는 작은 태동을 느끼기도 하고 팔다리가 저리기도 하다. 오늘은 배 한쪽만 살포시 튀어나와 예쁨이가 있는 위치를 추측 할수도 있었다. 다른 증상으로 발이 붓기도 하고 아랫배가 당기듯 통증이 있기도 하다. 잦은 두통으로 힘들어도 하고, 배꼽 위아래로 아주 희미하게 생기는 임신선에 놀란다. 하얗던 피부에는 약간의 주근깨들이 찾아왔다. 요즘은 일부러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주근깨 성형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겠다. 약간의 주근깨가 생긴 아내의 얼굴은 여전히 예쁘다. 아내는 16주차에 겪을 수 있는 임신의 반응들을 모두 잘 겪고 있다. 다만 곧 빈혈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고른 영양섭취와 철분제 섭취를 통해 빈혈 없는 임신 중기를 보내길.

     아내의 배에 손을 대고 초음파 영상을 돌려본다. 진짜 예쁨이가 눈 앞에 있고 내 손에 있는데 핸드폰으로 예쁨이의 모습을 만나고 있으니 뭔가 이상하다. 초음파 영상을 자세히 보니 예쁨이가 다리를 접었다가 펴기도 하고 손을 잼잼하며 오므렸다가 펴기도 한다. 예쁨이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우리는 흥분한다. 예쁨이가 우리 가정에 찾아와 준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예쁨이의 존재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고 감사하게 할 것이다. 그 날 밤 우리는 서로 감사한 것 세가지씩 말하기를 통해 빛으로 그늘을 거둬내고 더 좋을 내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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