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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37주_ 자연분만을 위하여(머리크기, 체중, 내진)
    임신과 돌봄 2020. 11. 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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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출산 대기모드이다. 장거리 이동은 자제하고 언제든 연락받고 튀어 갈 수 있도록 아내의 연락에 집중해야 한다. 작은 진통에도 몇 분마다 얼마간의 진통을 하는지 체크해야 한다. 출산 시 아내 옆에 내가 없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최대한 시간을 비워놓고 있다. 이 모든 마음의 준비는 자연분만을 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37주 2일 초음파에서 예쁨이의 머리 지름이 9.7cm가 나왔다. 다시 쟤도 9.6cm이다. 얼마나 똑똑하려고 이러는 것인가. 12월 3일이 예정일인데 머리 크기만 봤을 땐 딱 오늘 11월 16일에 태어나야 맞다. 2주나 빠른 머리 성장이다. 하지만 아직 태어날 기미가 없다. 경부도 아직 거의 열리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37주 초음파

     머리 크기가 계속 자라면 자연분만이 힘들수도 있으니 한 주 동안 진통 상황과 아기의 크기를 지켜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나왔다. 어쩌면 아내가 그토록 바라던 자연분만이 아닌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유전으로 대갈장군을 물려준 나는 잘못한 거 없이 잘못한 사람이 되어 그저 미안하기만 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분만 시 아기의 머리 크기는 매우 중요하다. 아기의 머리가 크면 산모도 아기도 힘든 출산이 된다. 생명이 오가는 출산이라는 사건 앞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럴 땐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뻘쭘한 표정만이 이 위기에서 살아 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예쁨이는 3Kg으로 체중은 선방해줬다. 아내가 열심히 운동을 한 결과이다. 요즘 아내는 15층을 지하에서부터 걸어 올라오곤 한다. 유튜브로 줌바 댄스를 틀어놓고 땀을 흘리며 따라 하기도 하고 쉴 새 없이 짐볼을 이용해 운동을 한다. 이 때문인지 열흘 동안 아내의 체중도 거의 늘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내진도 했다. 생각보단 아프지 않았다는 아내는 역시나 씩씩하다. 아마 어떤 시기에 어떻게 내진을 하냐에 따라 체감하는 통증이 다른가보다. 다행인 것은 속 골반이 보통은 된다는 것. 내심 속 골반이 작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차라리 속 골반이라도 작았으면 고민 없이 자연분만을 포기했을 텐데 하는 푸념이 생겨버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어떤 판단도 할 수 없이 조금 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임신 후기가 되면서 참 역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임신 초기부터 그렇게 조심조심하며 안정을 취해야 했던 임산부가 산달이 되니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조산의 시기가 지나기도 했고 이미 뱃속에서 충분히 성장한 아기가 지금 나와주면 아기도 엄마도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크고 무거운 배로 인해 빨리 낳고 싶어 하는 마음과 서로 더 건강히, 덜 무리되게 낳고 싶어 하는 엄마들의 마음일 것이다.

     임신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금까진 배가 아프고 뭉치면 무조건 쉬라고 했는데 이제는 아플수록 좋은 신호이니 더 움직이라고 한다. 하루 20~30분의 산책만 무리 없이 하라고 했는데 이제는 2시간은 해야 한단다. 아내 뿐만 아니라 자연분만을 바라는 엄마들은 이 시기에 실제로  무리가 될 정도로 청소를 하고 고강도의 운동을 한다. 그리고 진통을 반갑게 여긴다고 한다. 지금까지와는 정반대로 생활해야 하는 게 새롭기만 하다.

     오늘도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빠 된 나는 오늘도 한계를 느낀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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