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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의 육아_ 150일 리얼후기
    임신과 돌봄 2021. 5.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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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이가 탄생 한 지 150일이 지났다. 산후조리원을 마치고 아내와 아기가 집에 오는 시점부터 당분간 육아에 전념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일에만 몰두하기로 했다. 그래서 산후도우미도 쓰지 않고 초보 엄마와 아빠 둘이 고군분투를 벌였다. 결과는 늘 아기의 승리였다. 우린 대략 한 달 동안 단 몇 시간도 잘 쉬지도, 먹지도 못했고 TV의 전원을 단 한 번도 켠 적이 없었다. 매일같이 쓰던 잡다한 글들도 100일 이전까지는 손 한 번도 못 댔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재난상황과 같았으며 한 두 번으로 끝나지 않던 아내의 유선염은 끝판왕이었다.

     

     출산 후 30일 이전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 정부 보조 산후도우미를 쓰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매일을 살아냈다. 산후 우울증에 안 걸리는 아내들은 멘탈갑 중의 갑이다. 또한 그 산후 우울증이 남편에게도 올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아기를 키워내는 일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잠이 부족하면 하루를 잃는 것이었고 그 잃음은 육체와 정신을 맨바닥에 패대기쳤다. 그런데 더 슬픈 사실은 무조건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내만큼 힘들 수 없다. 모유수유 등 아빠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기가 성장하면 할수록 엄마를 더 찾게 돼 아내의 그나마의 쉴 시간마저 빼앗는다. 육아엔 아빠는 대체할 수 없는 엄마 고유의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게 임신의 때에 더 잘해야 할 이유가 된다. 남편이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잘할 수 없는 때가 지금이다. 아무리 내가 아기에게 잘할 준비가 되어 있어도 아기가 오로지 엄마를 원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최고급 세단 모범택시가 아무리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해도 본인이 가기 싫다면 아무 의미 없다. 내 잘하려는 노력이 소용없는 때가 있다는 것이다. 임신의 때에도 남편의 한계를 만나지만 육아의 때도 그렇다.

    아빠의 육아

     

     아기는 잘 때가 가장 예쁘다. 가장 평안한 시간은 아기가 잘 때, 오늘 하루 찍어놓은 아기의 영상과 사진을 볼 때였다. 그만큼 아기를 끔찍이 사랑하지만 많이 자주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몇 시간은 자주겠지 생각했는데 내 기대보다 빨리 깨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울음을 터뜨린다면 진정 같이 울고 싶다. 아기는 원래 자는 생명체가 아닌데 한 번씩 자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또 한 가지 기대하게 되는 것은 5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이다. 49일까지도 쉽지 않은 육아는 5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100일에도 마찬가지였다. 100일의 기적이란 말은 자랑하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어떤 편해짐도 찾아오지 않았다. 물론 목도 잘 가누고, 소리 내어 웃어주고, 옹알이로 수다하고, 점점 부모와 더 소통하며 놀게 되는 등의 눈부신 성장도 있지만 곧 또 각종 ‘앓이’와 ‘퇴행’의 단계를 만나게 된다. 

     신생아 땐 그냥 울고 이유 모를 용을 쓰고, 2~3개월 땐 배앓이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4개월쯤엔 잠 퇴행이 시작되어 전보다 더 안자기도 했다. 빠르면 백일 전후에 찾아온다는 ‘뒤집기 지옥’도 경험했다. 그리고 5개월이 되니 이앓이를 한다고 낮잠은 물론이고 밤잠도 시간마다, 또는 몇 분마다 깨기 시작했다. 잠투정은 또 어찌나 심한지 30분을 재우기 위해 한 시간을 고생해야 하는 날도 허다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안아 키우다 보면 아기는 사람 손을 타서 부모의 체온과 향이 느껴지지 않으면 울고 본다.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니 거의 6-7개월까지는 기대할 것이 없는 것 같다. 우린 많은 날을 공동으로 육아를 하게 되니까 그래도 좀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다. 아프리카 속담 “한 아기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에 통감한다. 그래도 앓이와 퇴행은 모두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우리 아기는 오늘도 크고 있다.

    성장

     

     이렇게 정말 힘든 육아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 아기를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너무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아끼고 귀하게 여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게 부모의 마음이었다. 허공에 오줌을 싸도 예쁘고 온 몸과 옷에 똥 범벅을 해도 사랑스럽다. 종일 푸우푸우 침을 뱉어도 귀엽고, 있는 짜증 없는 짜증 한데 모아 돌고래 소리로 표현해도 예쁘다. 하루에 두세 시간 쪽잠 자며 좀비 모드로 살아도 아기가 한 번 웃어주면 힘든 것과는 별개로 행복해진다. 내 아이에 대한 객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살아있는 생명체 중 가장 잘 빚어진 최고의 작품이다.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던 나인데 그냥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소중하다. 나도 부모님에게 이런 사랑과 돌봄 받으며 자랐겠지 생각하니 스스로가 더 존귀해진다. 다만 나보다 아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내가 아기로 인해 힘들어할 땐 “엄마, 그만 좀 힘들게 해라 아들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힘들어도 우리 아기가 우리와 함께 있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기적과 같은 일이다. 조리원을 마치고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대학병원 NICU에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아내와 나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눈물로 보냈다. 다행히 곧 아기를 다시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무척이나 건강하다. 아기의 부재를 경험하니 육아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아기가 우리와 함께 있는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알게 되었다. 그저 엄마 아빠랑 함께, 건강하게, 밝게, 그리고 정직하게 자라는 것이 아기에게 바라는 유일한 바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지금까지의 육아는 정말 힘들고 어려우나, 한 생명이 주는 기쁨으로 행복을 누리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초절전모드로 하루를 버틴다. 

    아빠의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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