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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사 카페 사계절, 동탄2 카페, 임신부 아내와의 데이트
    리뷰와 평과 추천 2020. 5. 2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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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얼마 전 다녀왔던 카페에 대한 후기를 적는다. 내가 카페에 대한 후기를 쓸 줄 몰랐다. 그냥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어딜 가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밀게 되면서 이런 날이 왔다. 앞으로도 가끔은 쓰게 될 것 같다. 고생하는 사장님들 생각하면 좋은 말만 써주고 싶다. 하지만 ‘정직’도 리뷰의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된다. 내 돈 주고 내가 사 먹는 이 후기에서는 충분히 솔직하면서도 적당한 배려가 있는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  

     햇살이 너무 좋았던 주일 정오 쯤. 한껏 화나 있던 바람도 잦아들고, 심술궂게 세상을 채우던 미세 먼지도 걷혀 세상이 LG QLED 디스플레이마냥 선명해졌다. 좋은 일 없어도 기분 좋게 하는 햇살을 집에서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한국사람의 결핍 영양소 비타민D가 몸속에서 자꾸 나가야한다고 외쳐 댄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막바지, 끝까지 잘 지켜 승리하리라 다짐 또 다짐했던 우린 최대한 탁 트인 어딘가로 가기로 했다. 그곳은 경기동로, 남사를 지날 때마다 봐 왔던 카페다. 바로 <카페 사계절>. 집과 멀지 않다. 해를 거듭할수록 멀리 가는 게 부담스럽다. 아니, 멀리 가는 건 좋은데 돌아올게 먼저 걱정이 된다. 나이를 먹나 보다……

     가벼운 차림으로 차에 올라탔다. 간만에 창문도 열고 선루프의 블라인드도 걷어내고 주근깨가 생기던 말던 상관없이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카페로 향했다. 카페 앞 공터엔 이미 차들이 엄청나게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매장 안에 들어선 순간 그 차량들은 바로 옆에 있는 청국장 맛집을 찾은 차들이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조만간 이 청국장 집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은 아직 끝나지 않은 입덧 때문에 주문한 청국장 앞에서 냉철히 돌아서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 사계절

     

     카페 내부엔 테이블이 많지 않았다. 여러명 모임 할 수 있을 법한 공간과 몇 개의 4인 테이블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수의 손님이 오더라도 만석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였다. 내부 인테리어는 화이트&골드의 테마로, 대부분의 마감들이 금장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밖에서 봤을 때 예상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우드톤의 편안한 분위기 일 줄 알았기 때문이다. 메뉴판만 보아도 어떤 느낌인지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카페 사장님의 취향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반전 매력까진 아니고 반전 정도이다. 

     

    카페 사계절 메뉴판

     

     많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내가 대충 찍은 메뉴판엔 메뉴만 있는 게 아니다. 카페 내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내부 사진은 안 찍었는데 여기에 담겨 있다니 개이득이다. 무엇을 시킬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레몬티와 아이스라떼, 그리고 초콜릿 케이크와 스콘을 주문했다. 임신부인 아내는 카페인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하루 한잔 정돈 괜찮다고 했으나 먹어서 좋을 건 없을 것이다) 그 좋아하던 커피를 뒤로하고 레몬티를 골랐다. 아내는 초콜릿을 먹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워한다. 몰랐는데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있다고 한다. 나도 아내가 먹지 못하는 것은 안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남편은 임신한 아내의 수고와 인내를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주문 후 밖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막힌 실내는 아직 위험하다. 특히 아내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임신부이다.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서도 먹을 때 빼곤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근처에 자리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요즘의 마스크 착용은 ‘해치지 않아요’라는 의미와도 같다.

     

    카페 사계절

     

     철제 의자와 테이블은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었고 녹과 먼지의 콜라보로 이 자리에 앉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부감이 들었다. 다른 자리가 있을까 하고 올라간 옥상은 준비가 되지 않은 느낌이었고, 뒤 편 일명 모기장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이렇게 좋고 넓은 공간에 의자와 테이블만 좀 더 깔끔했더라도 정말 잘 쉬어 갈 수 있는 곳일 거 같은데.. 참 아쉬웠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 곳이라 망사처럼 뚫린 이 철제 재질의 테이블과 의자가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별 수 없이 에라 모르겠다 생각하고 철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곧 벨이 울려 준비된 차와 디저트를 픽업해왔다. 

     커피와 레몬티, 그리고 초콜릿 케이크와 특히 스콘은 매우 만족했다. 초콜릿 케이크는 보통 스벅 같은 곳의 케이크보다 두 배 이상은 컸다. 하지만 질량은 같을 것 같다. 그래도 난 큰 게 맘에 든다. 조금 앉아있어 보니 청명한 하늘을 시기라도 하는 듯 대형 차량들이 지날 때마다 모래 바람을 일으켜 휴대폰 검정 액정 위에 먼지들이 자욱이 앉았다. 테라스 앞 왕복 2차선 도로로 큰 화물 차량들이 많이 다니는 건 참 아쉬웠다. 원래 먼지 많이 먹고 살고 있겠지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건 다르니까 말이다. 먼지가 음식에 앉을까봐 음식을 빨리 먹어치웠다.

     

    카페 사계절 아이스라떼와 레몬티

     

     컵과 홀더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느낀 <카페 사계절>은 두 모습이 공존했다. 굉장히 신경썼다 라고 생각하게 되다가도 되게 러프하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만큼 장단점이 확실한 카페였다. 위에 말했던 몇 가지 단점으로 인해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총평을 하자면, 장점으로는 - 주차장이 넓음. 외관 인테리어 좋음. 차와 디저트 맛 보통 이상. 시골에 위치해 있어서 운치 있음. 단점으로는 - 내부 테이블 적음. 외부 테이블 깔끔하지 않음. 대형 차량 통행으로 먼지 많이 날림 정도이다. 하지만 극히 주관적이니 참고만 하시라.

     

     임신한 아내를 위해 가깝고 좋은 플레이스를 찾아내는 일은 중요한 남편의 역할이라 생각이 드는데 이 분야에서는 유독 더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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