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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프로포즈 썰, 완전 성공적인 계단 밑 테이블 공유부엌 이용 후기
    리뷰와 평과 추천 2020. 6. 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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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러포즈 썰

     오늘은 추억을 소환하여 프로포즈에 대한 썰과 함께 프로포즈 장소에 대한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제목을 쓰려니 '프로포즈'가 맞는 말인가 '프러포즈'가 맞는 말인가 새삼 헷갈린다. 찾아보니 둘 다 맞는 말이라곤 하는데 정확히는 프러포즈가 맞나보다. 외국인들한테 프로포즈라고 하면 못 알아 듣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프러포즈가 맞나 보다. 하지만 난 그 당시 프로포즈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느낌으로 프로포즈라고 얘기 할 예정이다.

     임신을 하니 함께한 지난 날들이 유독 더 많이 떠오르곤 한다. 절대 쓸 포스트가 없어서 굳이 꺼낸 추억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때는 2017년 초기 아직 찬 기운이 서려있던 무렵의 어느 날이었다. 함께 두 번의 사계를 보내고 예쁜 추억도 소복히 쌓여 있던 때이다.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교제하다가 서로에 대한 확신이 커져갔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통하여 결혼을 약속했다. 이 후 상견례를 무사히 치르고, 날도 잡고, 결혼식장도 잡고 신혼집도 준비한 상황. 이제 남은 건 프로포즈였다. 결혼도 처음이고 프로포즈도 처음이라 모든 게 어수룩했다.

     프로포즈를 언제 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결혼식 전에 하는게 맞다는 건 알고 있었다. 주변 지인의 프로포즈를 몇 번 도와준 경험으로 보아 프로포즈는 보통 결혼식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하는게 맞나 보다 싶었다. 내 주변엔 게으른 남편들만 있었던건가.. 게다가 여자에게 프로포즈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것도 잘 몰랐고, 또 어떤 프로포즈가 좋은 프로포즈인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진짜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내의 눈치를 보아하니 프로포즈를 기다리다 못해 이미 늦어버린 프로포즈에 대한 실망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포기였을지도 모르겠다.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준비하던 프로포즈에 박차를 가했다.(프로포즈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여자들이 원하는 프러포즈?

     여자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있는 곳에서의 프로포즈를 원치 않았다. 많은 도우미들이 있는 자리도 그렇고, 불특정 다수가 있는 곳에서 주목 받으며 결혼을 요청 받는것에 대해 상당히 민망해 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프로포즈를 진행할 경우 굉장히 짧은 순간의 이벤트가 되어버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소란스럽지 않게, 단 둘만의 공간과 쫓기지 않는 시간안에서 소소하게 온전한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프러포즈 작전

     많은 고심 끝에 분당에 있는 <계단 밑 테이블>을 예약했다. 이 곳은 공유 부엌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요리공간이었다. 나는 계단 밑 테이블을 예약하고 종로 귀금속 단지에 가서 작은 다이아반지를 샀다. 그리고 아내를 위해 우리의 모습과 내 편지가 담긴 7분짜리 영상을 며칠에 걸려 제작하고, 틀어놓을 음악을 준비하고, 어떤 요리를 할지도 결정했다.

     그리고 대망의 당일이 왔다. 낮에 장을 봐서 계단 밑 테이블에 갔다. 미리 음식들을 넣어 놓고 데코레이션을 했다. 장식에 대한 건 소정의 추가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아내가 오면 바로바로 음식을 할 수 있도록 주방 집기들을 확인했고 동선에 맞게 배치해 두었다. 계단 밑 테이블은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준비한 영상을 재생할 프로젝트와 스크린도 세팅하고 영상과 소리가 잘 나오는지까지 확인했다. 이미 늦은 프로포즈였기 때문에 최대한 사고 없이, 분위기 깨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사장님은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아내가 퇴근했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아내를 태우고 평소처럼 행동하려 했으나 모든 게 어설퍼서 아내는 약간의 눈치를 챈 듯 하다. 하지만 적당히 노력한 프로포즈로 생각하며 내 차에 실려 다니고 있는거겠지. 평생 한 번 하는 프로포즈, 최대한 특별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특별한 프로포즈는 잘 준비되어 있었다. 자신감에 찬 상태로 엑셀을 밟아댔다.

     

    #계단 밑 테이블 공유부엌

     드디어 도착. 계단 밑 테이블은 말 그대로 건물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지하에 위치해 있다. 간판도 잘 눈에 띄지 않기에 아내는 대체 여긴 어딘가하는 표정으로 나를 따라 나섰고 드디어 공유 부엌에 입성했다.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스텐 집기들이 만나 색감이 꽤 멋지다.

     

     

    계단 밑 테이블 주방. 요리중 지침.

     

     

     나는 아내에게 의자를 빼주고 잠시 음식을 준비할 동안 쉬고 있으라고 했다. 여기서 이미 반은 성공했다. 아내는 생각지도 못한 프로포즈라는 듯한 눈동자였고 그 눈동자에는 기대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소고기 찹스테이크와, 목살 스테이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건 왜 스테이크 종류로만 두 메뉴를 준비했을까이다. 그 때의 나에게 질문해봐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는다.

     

     

    소고기 찹 스테이크. 목살 스테이크 사진은 실종.

     

     

     여하튼 준비한 식재료를 씻고 다듬고 썰고 데치고 끓이고 굽고 튀기며 열심히 아내만을 위한 음식을 준비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배고픈 아내가 지쳐간다. 하지만 내가 어설프게 준비하는 그 모습도 사랑스럽게 봐주는듯 했다. 이제 음식이 완료됐다. 잘 먹지도 못하는 와인을 따르고 준비한 스프와 음식을 플레이팅 했다. 그리고 한 컷.

     

     

    계단 밑 테이블 사진. 아내는 초상권에 민감하다.

     

     

     아내는 음식들을 맛보며 만족해했다. 나한테 한 번 반하고, 음식 맛에 한 번 더 반했다. 내 마음도 얼마나 기쁘던지. 아내가 프로포즈를 기다리던 만큼이나 나 또한 잘 하고 싶은 부담이 있었는데 아직 청혼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성공을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차린 음식을 해치우고 슬슬 본격적인 청혼에 들어갔다. 불을 끄고 준비된 영상을 틀었다.

     

     

    뮤직 비디오 재생.

     

     

     영상은 지난 날의 우리의 모습을 담았고, 영상의 노래는 직접 불러 동영상에 믹스해 두었다. 영상의 끝엔 편지글을 크게 적어 한 장 한 장 넘기며 결혼에 대한 내 다짐을 담았다. 아내의 눈엔 이미 또르르 감동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싸 성공이다. 대박 예감이다. 그리고 영상이 끝날 쯤.. 아내에게 준비한 반지를 꺼내어 손에 스윽 끼워줬다. 아, 갑자기 쌀치킨마냥 닭살이 돋아 오른다. 원래 프로포즈는 닭살이 돋아야 제 맛이지. 결혼해주라는 요청에 아내는 평생 돌이키지 못할 대답을 한다. 결혼해 주겠다고.

     우리는 서로 눈물을 한 바가지 쏟고 포토타임에 들어갔다. 가랜드나 풍선, 그리고 머리띠 등 준비한 소품으로 열심히 사진을 박아댔다. 그곳엔 털이 복슬복슬한 개냥이 한마리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함께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사진을 못 찾겠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겠지?

     

     

    계단 밑 테이블

     

     

     모든 게 마치고 아내에게 괜찮은 프로포즈였냐 물으니 99점이라고 한다. 1점은 너무 늦은 프로포즈에 대한 감점이었다. 그렇게 아내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했던 프로포즈를 마치고 난 얼마 후 아내에게도 프로포즈를 받았다. 단장 중이던 추억의 신혼집에서의 깜짝 서프라이즈였다.(아내에게 프로포즈 받은 남자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봐요) 이 작은 신혼 집에서 우리는 점점 커 나갔다.

     

     

    아내의 프로포즈

     

     

     그렇게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이 되었던 우린,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신랑신부 입장과 행진을 하고 진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바람이 불어도 시간은 흐른다. 바람을 버티며 우린 더 단단해졌고 성장했다. 이제 아내는 임신하여 배가 불러오고 있고 나는 그 때 아내에게 했던 다짐을 되새긴다.

     지금 생각해도 계단 밑 테이블에서의 프로포즈는 정말 신의 한 수 였다. 특별하고 성공적인 프로포즈를 원한다면 진심으로 강력 추천이다. 정보를 좀 주자면 4명 이하는 세시간 사용 9만9천원이다. 세 시간 길다 싶겠지만 요리하고 먹고 치우고 하면 시간 금방 간다. 물론 모든 주 식자재는 구매해 가야하고 부재료, 예를 들면 소금, 후추, 식용유 같은 것들은 모두 준비되어 있으며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쓰레기 봉투는 알아서 준비해가야 하고 환불할 일이 있으면 절대 안되겠지만 환불 기준이 까다로우니 신중한 예약이 필요하겠다.( 6일전-70%/4일전-50%/2일전-0%) 예약을 원한다면 검색 사이트에 <계단밑테이블> 검색하면 쉽게 문의 있다. 그저 좋았던 기억으로 포스팅을 한다. 프로포즈로 인해 위기에 처해있는 누군가에게 반전의 기회가 되기를. 주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88-6 지하. 사장님이 이거 보시면 키우던 고양이 잘 지내는지 대답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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