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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 엄마? 엄마 아빠? 페미니즘? 완성된 화목을 향해.
    임신과 돌봄 2020. 7. 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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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엄마? 엄마아빠?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는 부모님을 칭할 '엄마, 아빠' 라고 말하였다. 우리 가정에서 엄마가 대빵이라고 생각을 했었을까? 내가 엄마를 더 의지하고 있었을까? 엄마와 더 친근했을까? 보통 '아빠 엄마'라고 말한다고 하는데 나는 '엄마, 아빠' 입에 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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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 나진 않지만 분명히 있었던 일인데, 누군가 나에게 '아빠, 엄마'라고 하지 않고 '엄마, 아빠'라고 하냐며 잘못된 말이라고 했다. 부모라는 말이 부: 아버지와, 모: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엄마, 아빠'의 순서로 말하지 말고 '아빠' 엄마'라고 하랬다. 이 사건이 문득 떠올라 이 글을 적고 있는 것이다. 그땐 크게 불쾌함이 없었다. 정말 그런가 잠깐 생각하고 마이웨이. 내 갈 길 간다. 이후로도 나는 입에 붙은 대로 '엄마, 아빠'라고 불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정해진 순서가 어딨겠는가? 누군지 몰라도 기억해 낸다면 전화번호부 책을 펴서라도 찾아내서 나에게 그런 가르침을 했는지 따져들고 싶다. 요즘은 엄빠라는 말이 유행입니다요!!!

     

    #지나온 시간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먼저 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요즘 남존여비사상을 외쳤다간 일베소리 듣기 딱 좋다. 그 마음을 들킨다면 장가들지 못할 것이다. 이젠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가 되었고 차이에 의한 성역할이 아닌 '성차별'은 징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게 요즘이고 그게 맞다고 본다.

     성경에서 보면 구약시대의 인구조사는 오로지 남자만 계수했다. 여자와 어린아이들은 인원수에 포함도 되지 않았다. 인구조사 시스템의 한계도 있었겠지만 분명히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지 않은가. 이 인류의 잘못된 뿌리가 지금까지도 잎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불편한 결실로 여자에게는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기독교 교단들도 많이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만 해도 한 상에서 남자와 여자가 함께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차례상 앞에서 조상에게 절 하는 것조차 여성은 배제되었다. 이제 바로 20~30년 전 일이니 아주 오래된 모습도 아니다.

     나도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살아왔다. 그런데 그땐 그게 당연한 것으로만 알았기 때문에 문제의식도 없었으며 내가 그런 사람인지 조차 몰랐다. 오히려 난 페미니스트야 라고 생각하며 살았지만 내 관념은 충만히 유교적이었다. 무서운 얘기지만 어쩌면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즘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것이다. 결혼 전까지 두 명의 누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받는 부당함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전 사회가 말하는 여성상에 무언의 동의를 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결혼 이후 아내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리고 조금 더 여남, 남녀에 관한 인식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니 여성들이 겪는  실제적인 문제를 캐치해낼 수 있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며 여성 권리와 주체성을 외치는 '페미니즘'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것도 한 몫 할 것이다. 예를 들면 82년생 김지영 같은.

     경단녀. 경력단절 여자를 말하는 이 단어는 여성들의 생떼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경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력에 따라 얼마나 다른 대우를 받는지, 경력에 따른 처우가 얼마나 사람을 서럽게 만드는지 보았다. 남자도 군대 가면 경력이 단절된다라는 똥 같은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군대는 이미 경력에 속한다. 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는 경력으로 +플러스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 점수가 된다. 임신과 출산, 육아가 얼마나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일인데??? 대체 왜????

     나름 정도를 향해 걷고 있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더욱더 올바른 개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잘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축구도 후반 40분부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후반전의 후반부에 가장 골이 많이 나기도 한다. 이길 것 같은 분위기에 심취만 해있다가는 실점하기 마련이다.

     성차별의 문제도 그렇다. 바뀌어가고 굳혀져 가는 분위기에 만족할 게 아니라 정확한 굳히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단 우리의 언어부터 노력해보자. 평생 '아버지, 어머니'를 했다면 이제 '어머니, 아버지'도 해보자. '남녀' 대신 '여남' 또는 '여자와 남자'라고도 해보자. '부모님'이나 '어버이'도 남자가 먼저 오게 되는 단어인데 어떻게 대체해야 할지 모르겠고 대체 단어가 있다고 해도 지금 이 단어가 평생 익숙할 것 같다. 그리고 편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이고 옛 사람인 건가.

     여하튼 남자가 우위에 있냐 여자가 우위에 있냐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어머니, 아버지'를 해야 그나마 동등이라는 수준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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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차별이라도 해야

     가끔 역차별이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는 페미니즘의 분위기를 타 역차별을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차별을 해도 두 성이 동등해지는 수준에 이르기는 아직 멀었다. 가끔은 상식 이하의 선이 아니라면 여성이 우위다 생각을 해야 그나마 비슷한 수준에 오를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2020년이다. 억압과 착취의 시대가 아니라 공정과 동등을 지향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생각하는 습관은 쓴 뿌리가 되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어떤 시대를 살아왔느냐에 따라 현격한 '인식차'라는게 발견되고 있다. 희망적인 것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무례함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이 단어에는 '뭔가 귀를 막은 고집스러운 사람' 같은 느낌을 준다. 어느 사상에 꽂혀있는 사람 같지 않은가? 또한 그만큼 깨어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노력하는 이'라고 평가한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여전히 잘 안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담겨있다.

     

    #완성된 화목을 향해.

     다음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인 우리 아들, 예쁨이에게 완성되어가는 화목을 넘겨주고 싶다. 성에 의해, 피부색에 의해, 출신에 의해 그 사람이 정의되지 않는 완성된 화목을 말이다.

     

    완성된 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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