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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19주에도 안정기는 아니었다. 임신 중기 피고임과 임신 19주 증상
    임신과 돌봄 2020. 7. 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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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19주와 안정기

     임신 19주가 되었다. 40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 가고 있는 숫자는 20이 되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19주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응원하게 되는 주수이다. 

     흔히들 말하는 안정기, 16주 이후..(담당 의사선생님은 임신에 안정기란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17주 이후엔 조금 더 안심할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안정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전에 썼던 글에 있다.

    https://all-round86.tistory.com/23

     

    임신 안정기는 언제인가? 그리고 임신 10주차 초음파 [남편의 임신]

    #임신 안정기?  선생님 대체 안정기는 언제부터인가요? 지난 9주차 초음파를 마치면서 여쭈었던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는 우리의 노파심이 진하게 뭍어있다. 안 좋은 소식들을 주변에서 참 많이

    all-round86.tistory.com

     

     우린 안정기에도 불안했다. 이제 좀 활동해도 되겠지, 이제 좀 운동해도 되겠지, 이제 좀 여행해도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었다. 이 날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문 밖을 나올 때엔 어느 정도의 해방감이 있을 줄 알았다. 그날의 진료가 마쳐지면 묶여있던 보이지 않는 끈을 잘라내고 어디론가 떠나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우린 무거운 돌맹이 하나씩 지고 병원문을 나왔다. 초음파가 끝날 무렵 아내의 자궁에서 피고임이 발견된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이 피고임에 대해, 보통은 몸 안에서 서서히 흡수되어 없어지지만 안좋은 경우는 조산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다행히 당장 태아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나보다. 피고임에 대한 처방은 앞으로 3주간 절대 안정 취하기였다. 가벼운 산책도 5분 이상은 안된다며 절대 무리하지 않기를 권유하셨고 3주 후에 내원하여 피고임 상태를 다시 확인하자고 했다. 

     남들은 안정기라 여기고 슬슬 일상을 회복할 때 아내는 더욱 더 치열하게 쉬기 시작했다. 이 치열한 '쉼'은 온전한 '쉼'이 아닌 '쉼'을 위한 '노동'처럼 여겨졌다. 아내는 3주 동안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가사 일을 담당하며 생활을 하려고 하는데 '무리'의 신호는 너무 시어머니 방문처럼 온다. 갑자기. 예고없이. 안 반갑게. 당황스럽게.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움직이다가도 갑자기 힘들어지고 배가 뭉친다. 게임의 캐릭터들처럼 체력이 표시가 되어 무리의 수준까지 가기 전에 컨트롤하면 참 좋을텐데 나는 당연히 모르고 본인도 본인 몸을 알수가 없다. 임신은 처음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무리한 것 같으면 특히 더 잘 쉬려 노력하는 것이다. 잘 쉰날은 잘 쉰것에 대해 만족하며, 많이 움직인 날은 남은 시간은 더 누워있으려고 노력하며 움직임과 쉼의 줄다리기 끝에 3주의 시간이 지났다. 

     병원은 함께 가는 것이다. 병원에서 함께 아이의 모습을 확인하고 함께 아내의 상태를 듣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아뿔싸! 이제는 당분간 함께 할 수 없다. 우리가 다니는 병원에 코로나 확진을 받은 남편이 방문했었다는 것.. 그로 인해 병원은 며칠간 폐쇄되었고 모든 접촉자의 코로나 검사와, 전체적인 방역 후에 다시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임산부만 병원에 출입 가능하다고 한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른다. 이 문제로 병원을 잠시 옮길까 생각도 했지만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별 수 없이 아내는 평일로 진료 예약을 바꾸고 혼자 병원에 다녀오게 되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병원 대기의자에서는 확실히 둘이 낫다. 웃기는 짤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조용히 키득키득 웃는것도, 평소엔 경멸하던 아재개그나 시덥잖은 농담 마저도 더딘 시간을 달리게 하고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혼자 병원에 가니 나는 메시지 소리가 날 때 마다 날뛰는 심장으로 확인 할 수 밖에 없었다. 피고임아 제발 사라져 있어라.. 여보 건강해다오.. 예쁨아 잘 있지?.. 오랜 대기 끝에 진료실에 곧 들어간다는 메시지가 왔고 30여분이 지난 후 전화가 왔다. 그리고 아내는 수화가 너머로 30여분 동안 있었던 일을 현장감있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임신 19주 검진 결과

     예쁨이 아주 건강하고, 태동이 많았던 것은 그 증거라고. 심장도 잘 뛰고 있고 크기나 무게도 아주 정상이라고. 배가 아픈것은 자궁이 빠르게 커지기 때문이니 너무 염려 말라고. 22주차에 확인하는 부분인 아기의 얼굴 모양이나 다른 부분들도 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다고. 초음파 영상을 보니 이제는 얼굴의 형태도 보이고 허리나 팔 다리의 뼈도 더 확실히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너무 신기하다는 말 밖에 안나온다. 

     성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 확인을 해주시려는데 탯줄을 다리 사이에 꼬고 절대 보여주지 않아서 애먹었다고. 배를 흔들기까지 하며 예쁨이의 자세를 바꿔서 다시 한 번 확인하려 하는데 쉬운 남자가 아니였다고. 결국 이전 초음파 사진을 다시 보신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확실했을 경우 반전이란 없다고. 아들 맞다고. 등등 아내는 실감나게 전달해주었다. 나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며 모든 이야기를 경청했고, 아내의 말이 끝날 무렵 "피고임은 어떻데?"라고 물어봤다. 아내도 이제 그 이야기를 할 차례였나보다. 

     

    #임신 중기 피고임

     16주때 피고임을 발견한 의사선생님은 우리가 너무 염려할까 싶어 피고임의 길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으셨나보다. 이제 들은 얘긴데 거의 7CM나 되는 피고임이었다고 한다. 

     

    16주 피고임 초음파사진

     

     그런데 다행히 지금은 반으로 줄어 3CM정도의 피고임이 남아 있다고 한다. 

     

    19주 피고임 초음파 사진

     

     전보다 많이 좋아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렇게 3주만 더 절대 안정 취하면 완전히 회복될거라며 조금만 더 애써주길 당부하셨다. '피고임 완전히 없어질 지어다!'하며 기도했던 나는 조금 아쉬웠지만 일단 회복되었다는 말에 안심이고 감사하다. 분명 3주 후엔 모두 없어질것이다. 아내도 회복되고 있음에 감사해 했지만 3주간 더 '쉼'이라는 노동을 해야하는 아내가 안쓰러웠다. 휴가철도 다가오고, 남들은 안정기라며 태교여행을 계획할 때 우린 어떻게 하면 더 안정을 취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곧 또 3주가 지나겠지. 조금만 힘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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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 19주의 아내는

     요즘의 아내는 발이 잘 붓고 발과 종아리 통증을 호소한다. 그래서 병원에서 처방해준 압박 스타킹을 신어봤는데 워낙 조여서 혈액순환이 안되는 느낌이고 답답하단다. 금세 벗어던졌다. 종종 찾아오는 무기력도 압박 스타킹 처럼 벗어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여보 힘내. 사랑해.

     절대 안정으로 움직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 나름 근육질이었는데 이제 근육들이 많이 빠져있나보다. 빨리 몸이 회복되어서 가볍게라도 운동을 시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내이다. 

     아랫배의 당김을 자주 느끼고 스트레스 받을 때면, 아 보통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은 나다... 그럴 때면 배가 뭉친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예쁨이의 태동은 날로 날로 세진다. 좀 움직임이 많았거나 힘들었던 날은 태동이 다른 날에 비해 적다. 하지만 거의 매일 활발하다. 아내는 바깥으로 느껴질만한 정도의 태동이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느끼지 못했다.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배에 손을 얹고 있었던 시간이 적어서일까.. 이번주는 예쁨이가 움직일때까지 손을 얹고 있기를 도전해봐야겠다. 

     배는 빠른 속도로 커져가고 있다. 자궁이 다른 장기들을 밀기 시작했나보다. 그로 인해 소화의 기능은 조금 떨어졌고 식사량도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체중은 소폭 늘고 있다. 이제는 평상시 입던 넉넉한 옷도 작아지려한다. 그래서 준비한 임부복을 하나 둘씩꺼내 입기 시작한다. 이제 정말 임산부 수준(?)의 배가 되니 자기도 어색한가보다. 요즘 들어 더 자기 배를 보고 있는 모습이 많이 포착된다. 그럴때면 그 작은 입이 항상 톡 나와있다. 급히 커지는 배에 튼살크림을 더 열심히 바른다. 아내가 낮에 직접 바르는 날이 많기 때문에 내 손에 크림과 오일을 묻히는 날은 별로 없다. ㅠㅠ  

     아내의 태교를 가끔 본다. 나는 기껏해봐야 예쁨이를 위해 기도하거나 잠시 잠깐 예쁨이이게 말을 건내는 것 뿐이다. 요즘 들어 남편으로서 임신한 아내와 태아에게 잘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남편의 임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모순된 사람인 것이다. 언제는 남편도 임신해야한다느니, 아내의 임신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이 시기를 보내야한다고 말했는데 성취는 못하고 매일 실패와 도전의 연속이다. 임신 일기는 이런 나를 발견하게 해주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하는데, 이것은 참 불편하면서도 다행인 사실이다. 여하튼 아내는 예쁨이에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고 영어 동요를 들려주기도 한다. 다른 방법의 태교에도 힘쓰고 있지만 보통 내가 없는 시간에 하니 잘 모른다...................관심 좀 갖자. 

     가장 좋은 태교는 아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겠다. 간뇌가 발달해 엄마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예쁨이라고 한다. 지금의 예쁨이와 엄마는 아빠에게 매우 감정이 상해 있다................................. 요즈음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하는데는 나보다 강아지가 더 낫다. 강아지를 이겨야겠다..

     

    모르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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