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임신 6주차 심장소리 초음파, 남편의 임신 방법
    임신과 돌봄 2020. 4. 22. 14:11
    반응형

    #초음파 넘어 초음파

     요 며칠 불안했다.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출혈도 계속 되었었다. 그밖에도 아내의 몸이 안 좋으면 안좋은대로 불안했고 좋으면 좋은대로 불안했다. 밀레니엄 21세기 정보의 바다, 스마트시대 5G 초고속 아이티 초강국, 애플의 경쟁사 삼성의 나라, 빨리빨리의 나라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나는 또 검색을 시작한다.  과도한 맘카페&후기 검색은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말한 바 있는데 관심과 손가락 힘이 남아 있는 한 자제는 하되 끊을수는 없다. 다행히 대부분의 임신부 가정이 같은 심리였다.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오른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전설의 코리아나를 일이십대들은 알까? 

     전에도 말했듯 임테기의 빨간 두 줄 이면 성공인줄 알았는데 정확한 임신 진단을 위해서는 피검사가 남아 있었고, 피검사 결과만 잘 나오면 완전 따봉 일 것 같았는데 초음파로 아기집과 난황이 좋은 위치에 안전하게 잘 있는지에 대한 확인도 남았다. 그 관문을 잘 넘어가면 이제 초음파로 심장소리를 확인해야 할 단계가 다가온다. 이 과정을 마치면 또 계속해서 여러 관문이 있겠지. 정말 초음파 넘어 초음파다. 4주 넘어 5주, 5주 넘어 6주. 한 주 한 주가 기쁨과 불안이 공존하며 잘도 상생하다가 열 달을 맞이 하나 보다.

     병원에서의 기다림은 늘 긴장된다. 이놈의 코로나19로 인해 얼굴의 반 이상을 덮은 마스크가 대기실의 상기된 얼굴들을 숨겨준다. 긴장감을 감추려 별 의미 없이 휴대폰을 눌러대고, 실없는 농담 주고받고, 마른 줄도 몰랐던 목을 축여 해갈의 쾌감으로 기다림을 다독인다. 이름이 불려지고 여느 때처럼 의사 선생님과 가벼운 인사 후 등받이 없이 가죽 쿠션만 덧대어진 동그란 의자에 허리를 곧 세워 앉는다. 고급 리클라이너 등받이가 달려있는 의자였더라도 절대 그 누구도 그곳에 편히 기대어 앉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의자는 딱 이 정도면 적당하다. 아내는 앉을 새도 없이 초음파실로 향했고 이어 남편분 들어오시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몸을 살짝 숙여 꼭 좋은 말씀만 해주십시오 말하듯 들어간다. 

     

    내 아내 배 안, 예쁨이 집, 예쁨이 몸, 예쁨이 심장소리

     

    #임신 6주차 심장소리

     이내 세차고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를 들려주신다. 등골에 소름 한줄기가 가로질렀고 온 몸에 수분이 정수리 어딘가로 날아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알려나.. 일단 좋은 예감에 안심하며 모니터를 보았다. 설명해주시지 않아도 아기집은 조금 더 커져 있었고 명확해졌다. 아기집 안에 작은 심장은 심박에 맞춰 반짝이는 빛을 내며 격하게 운동하고 있었고, 초음파 화면 옆으로는 예쁨이의 심장 파동 이퀄라이저가 정확한 간격과 데시벨로 건강함을 알리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 

     건.강.하.고.문.제.없.습.니.다. 

     누운 아내의 눈에서는 눈물이 또르르 길을 내며 떨어지고 금세 간호사 선생님은 능숙히 휴지를 건네신다. 나도 한 방울 떨어뜨리려 했지만 눈이 커서 안구에 차오르기만 하다가 용량 미달로 흐르진 않았다. 자칫 별 감동 없어 보일까 싶어 연신 눈을 깜빡여 눈꺼풀이라도 적신다. 오해는 안좋은거니까. 아내의 눈물을 훔치고 다시 초음파 모니터를 확인한다. 예쁨이의 심장소리는 마치 “아빠 나예요 쿵쿵쿵 들리죠?” 하며 말하는 것 같았고 난 그제야 더 확실히 아빠로서의 정체성이 눈뜨기 시작했다. 나는 아빠다. 아임대디.(요즘 야나두함)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모니터와 서로를 번갈아보며 우린 또 눈으로 대화한다. 이런 과정을 함께 겪는데 어찌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추스리고 다시 진료상담 의자에 앉아 초음파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두려움을 뱉어 내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걱정 많았었냐며 나보다 더 큰 위로로 아내의 마음을 만져준다. 아내는 한 번 더 또르르.. 우리 의사 선생님은 참 좋으시다. 이제 나한테는 안중근 의사 다음으로 훌륭한 의사다. 

     몇가지 설명과 안내를 받은 후 다음 예약일을 잡았는데 2주 후에 오라고 한다. 아니 왜? ㅠㅠ 2주면 너무 길다. 마음 같아서는 이틀에 한 번씩은 찾아와서, 건강해요 잘 있어요 소리 듣고 오고 싶은데 2주 후에 오라고 한다. 살면서 가장 긴 2주를 만나지 않을까 싶다. 집에 돌아와서도 어플에 업로드해주는 초음파 영상을 재차 확인한다. 기특도 하여라. 아내의 배에 귀를 대보고 이렇게 잘 뛰는데 왜 내 귀엔 들리지 않는지, 이 진동이 아내에겐 느껴지진 않는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보지만 말 같은 소릴 하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신다.

     나는 요즘 스스로를 돌아본다. 임신을 겪기 전, 수없이 지나쳐 온 남들의 임신을 그저 당연한 순리로 여겨 왔다. 내 누나들의 임신과 조카들의 출생,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 나의 태어남 까지도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그게 아니더라. 먼저 이 대단한 길을 걸어간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에게도 미안하고 내 가족과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죄송하다. 고생한다고,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고맙다고, 많이 힘들었겠다고 가벼운 위로 조차 잘 건네지 못한 나이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씩 알아간다. 생명은 탄생 자체가 고귀함을 넘어서 경이로움이며 완전함의 증거였다. 태어나 호흡하고 있는 우리는 모두 존귀하다. 태어나 호흡하고 있는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남편의 임신

     그 생명을 몸소 품고 있는 위대한 아내들의 남편들은, 아니 나부터 더 임신을 공부하고 공감하고 더 관심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남편의 임신] 첫걸음이다. 

    1. 공부하자. 나는 오늘 튼살 크림 바르기를 공부하고 실행 할 것이다. 마스터 포스트하겠다.

    2. 아내의 병원 일정 아내보다도 기억하고, 날짜가 다가올수록 미리 확인하며 챙기자. 

    3. 병원에 함께 가자. 일을 아주 늦게까지 다음 날인 어느 토요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아내는 혼자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선적이 있다. 등신 본인은 좋은 아내를 뒀구나 생각하고 밀린 잠을 청하는데 갑자기 두려움이 나를 사로잡아 눈을 뜨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후다닥 병원에 뒤따라 도착했는데 대기실 부부들 사이에 홀로 앉아 있는 아내의 얼굴은 매우 그늘져있었다. 심정을 말하지 않아도 한눈에 수가 있었다. 이박 삼일 눈으로 했더라도 병원은 같이 가는거다. 자고싶으면 병원가서 자자. 평일에 없으면 주말에 예약을 잡자. 주말엔 대기환자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그 때 아내와 함께 소근소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는것도 좋은 추억이다. 정말 정말 빼박 못갈거 같으면 그 땐 나도 모르겠다. 나도 다음 병원 일정은 함께하지 못할것 같다.. 그저 미안해하며 혼자 가야하는 마음을 헤아릴수밖에 없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

    4. 함께 걱정하고 함께 헤쳐나가자. 걱정은 안할수록 좋겠지만 "걱정하지마"라는 말은 절대 위로가 될 수 없고 오히려 무책임으로 다가올 수 있다. 그냥 같이 걱정하자. 그리고 같이 헤쳐나가자.  임신 출산 육아의 장르에서 알아서 잘하는건 없다. 나도 아내도 처음이기 때문에 똑.같.다. 라고 아내가 말해줬다. 함께 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자.

    5.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 없다. 또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등신이다. 그나마 노력하고 있기에 여기에 적고 있는것 뿐이고 여전히 못하는게 많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